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시각성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시각성

숏폼을 촉진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의 잠재적 시간 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영상 문화에서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와 관객의 거리, 즉 촉각적 관계일 것이다. 영화의 관람 방식에서 이미지는 언제나 만져서는 안되는 것, 거리를 두고 관조 해야 하는 대상이다. 서사 영화에서 관조적 이미지가 관객의 정서적 경험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카메라 그리고 캐릭터와의 동일 시(identification)가 필수적이다. 동일 시는 영화 학을 비롯한 영상 연구에서 서사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객관적 관찰을 통해 스크린 위의 경험에 몰입하게 하는 기본 원리로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로서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 위의 이미지들은 촉각을 통한 상호작용 즉, 터치를 기반으로 의미를 생산할 수 있다. 탭(tap), 스와이프(swipe), 스크롤(scroll), 드래그(drag), 프레스(press), 핀치(pinch), 스프레드(spread)이 대표적인 터치 제스처(gesture)이다. 이 제스처 들은 캐릭터 동일 시와 달리 체화 된 경험의 조건을 형성하면서 몰입 상태를 발생 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적인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제니퍼 바커(Jennifer Barker)는 영화 연구에서 주 변화된 신체적 경험을 통한 몰입과 동일 시를 전경화 한다. 이는 스크린 위의 신체 자체를 주목하는 것 이라기 보다는 피부, 근육, 내장의 감각 들을 통해 관객의 신체가 스크린의 신체 들에 반응하면서 발생 시키는 감정들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것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과의 촉각적 접촉과 시각적 반응이 유발하는 사용자의 몰입은 스크린 위 캐릭터에 대한 동일 시가 아니라 사용자 자신의 자기(self)와의 동일 시 이다. 이것은 미디어 학자 난나 베르호프(Nanna Verhoeff)의 논의를 통해 조금 더 이해해 볼 수 있다. 베르 호프는 터치 스크린이 프로이트가 설명한 어린이 교육용 장난감인 신기한 글쓰기 판(mystic writing pad)과 유사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어린이용 글쓰기 판이 늘 지워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의식의 은유라고 말하는데, 투명한 창문이 아닌 손 자국이 남는 더러운 창문으로서 터치 스크린은 촉각적 활동으로 시각적 경험을 활성화 시킨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베르 호프는 터치 스크린이 “프레임 없는 시각적 몰입 현상을 통한, 거리를 둔 관찰적 쾌락에서 터치에 의해 스크린 속 (텔레) 현전감[presence]의 극치로, 촉각 적 연속 성들로” 전환된 관객 성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자면,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손의 감각에 의해 시각이 작동하면서 터치 스크린에서 보기의 경험은 “환영”적인 것이 아니라 “발생”적인 것으로 전환된다. 터치에 의한 스크린 위 현전 감은 깨어남의 감각으로 벤야민이 말한 지각의 분산(distraction)을 발생 시킬 수 있다. 그는 촉각적 충격을 통해 사고를 마비시키는 영화의 몰입 감에서 벗어나는 미학적 가능성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해진 충격은 주의력 없는 습관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에서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것은 대체로 시각을 활성화하는 촉각적 경험을 습관 화 한다. 그러나, 습관화 된 경험이 반드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습관 역시 새로운 형식의 감각의 형성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볼터와 그루신이 말한 재 매개된 자기(remediated self)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들은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James)의 주장을 활용하면서, 네트워크 상에서 하이퍼 매개의 논리에 따라 다양한 측면의 자기가 체화 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용자는 사용자 IP 주소와 웹 브라우저를 통해 매개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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